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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교실', 숲이 좋다. 실험·도서·음악실 역할 톡톡

기사입력 2004-11-05 17:3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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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네모난 운동장 재설계를” 

나무가 숨쉬고 곤충들이 숨어 있는 학교 숲이 학생들에게 살아있는 교실로, 초록의 놀이터로, 푸근한 쉼터로 다가서고 있다.

(사)생명의 숲 국민운동이 지난달 29일 서울 화랑초에서 처음 연 `학교 숲의 날'에 화랑초 학생들은 다양한 숲속 수업으로 참석자들의 눈길을 붙잡았다.

“각 조마다 개구리, 개미, 다람쥐가 됐다고 생각하고 이 숲이 살기에 좋은 점과 나쁜 점을 조사해보자.”

2학년 슬기로운 생활 시간. 우명원 교사의 말이 끝나자 아이들은 장갑 낀 손으로 돌틈과 낙엽더미를 들추고 돋보기로 무언가 관찰하며 열심히 쑥덕인다.
 
개구리조 발표를 맡은 공희원 양은 “개미 벌 벌레 등 먹잇감이 많이 보였어요. 하지만 사람이 많고 물이 적은 게 흠이에요”라고 또렷이 말한다.

지점토와 찰흙을 준비한 4학년은 화석 만들기에 열중이다. 재료는 역시 숲 속에서 아이들이 직접 채취했다. 죽은 곤충, 나뭇잎, 도토리, 솔방울을 찰흙과 지점토 사이에 넣어 완성한 멋진 화석 모형을 실제 화석과 비교도 했다.

이석호 군은 “저번에 지층모형을 만들 때도 숲에서 모래, 자갈, 흙, 나뭇잎, 곤충들을 가져다 만들었어요. 숲엔 없는 게 없다”고 자랑한다.

옆에서는 함께 과학수업 중인 3학년 동생들이 다릅나무, 팥배나무, 소나무 껍질에 종이를 대고 크레파스를 칠하며 본을 뜨고 있다.  

나무 줄기의 생김새와 촉감 등 특징을 알아보는 시간.
분주히 움직이는 아이들만큼 학교 숲과 수업을 보러 온 교사들도 연신 카메라 후레쉬를 터뜨리며 메모에 열중이다.

소문으로 듣던 학교 숲의 교육적, 정서적 `효능'을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과학 시간 외에도 미술 시간에는 나무와 꽃들을 그리고 국어시간에는 숲을 소재로 시를 짓기도 해요.

하지만 공부 말고도 점심시간에는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산책도 하고 친구들이랑 뛰어 놀기에도 훨씬 재밌다”는

이지수(4학년) 양의 말에 주위 아이들은 “숲은 내 친구”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지연 교사는
“나무 밑에서 책을 읽거나 노래를 부르는 등 꼭 특정 교과 관련 내용일 때만 수업을 하지는 않는다”며

“직접 보고 만지고 관찰하는 수업이 집중력을 높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의 감성을 키우고 정서 발달을 돕는 데도 숲은 탁월한 마력을 발휘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화랑초는 지난 1999년 학교 숲 시범학교가 된 후 소나무 열 그루뿐이던 본관 뒤 자투리땅을 가꿔 지금은 참나무, 귀룽나무, 소나무 등이 빽빽한 숲을 이뤘다.

교정 곳곳에 선 나무만도 68종 8000여 그루가 넘는다.
그리고 현재 화랑초처럼 황량한 교정에 오아시스를 가꾸려는 학교 숲 시범학교가 전국에 196개교에 달하며 숲 속 수업도 안양 신기초, 의정부 회룡초 등 10여 개 이상 학교에서 진행되고 있다.

한편 학교 숲 운동 5주년 결산 의미로 개최된 이날 행사에서는 `학교 숲의 비전과 참여'라는 주제로 워크숍도 열렸다.

이 자리에서 `학교 숲의 비전'을 발표한 김기원 국민대 산림자원학과 교수는 “크고 넓은 운동장을 껴안으려고 녹지 조성을 꺼리는 학교가 많다”며 “그러나 먼지가 휘날리는 사각형의 운동장만으로는 더 이상 균형 잡힌 체력을 키워주지는 못한다”며 학교 운동장에 대한 인식 대전환을 강조했다.

그는 “100미터 트랙보다는 넓은 운동장을 몇 개의 소공간으로 나누고 언덕과 터널을 만드는 등 보다 입체적이고 기복이 있는 구조로 조성하면서 다목적 체육시설과 노천극장, 연못 등을 요소요소 배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체육시설 주변을 잔디나 나무로 녹화하는 것은 기본이다.

또 `참여와 함께 하는 학교 숲 운동'을 발표한 김인호 신구대 환경조경과 교수는 “학교 숲 조성과정에 적극 참여한 학생들일수록 환경친화적 태도를 갖는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제시됐다”며 “학생들이 학교 숲을 설계하는 단계부터 나무를 심고 가꾸는 과정에까지 참여하는 것이 바로 현장체험학습의 시작이며 환경을 위한 교육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학교 숲 운동은 지난 1999년 국민운동이 유한킴벌리의 지원으로 시작해 2001년부터 산림청이 조성사업비를 지원하면서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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