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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희망한국’의 이유를 이곳에서 찾는다.

기사입력 2006-06-16 11: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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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29일, 인천에 있는 하얏트리젠시 호텔 로비. 희끗희끗한 백발의 60대에서 30대까지, 전국의 학생상담 자원봉사자들이 하나 둘 모였다. `무보수-자발성-공익성'을 모토로 활동해 온 이 땅의 진정한 자원봉사자들이다.

20년 전인 지난 85년, ‘청소년 문제 개선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제안된 학생상담 자원봉사제는 학생들의 조화로운 심신 발달지원, 학생 비행예방 및 일탈학생 선도에 지역사회인사들이 앞장서 참여함으로써 뿌리를 내려 나갔다.

학생상담자원봉사자는, 대학 졸업 또는 동등 이상의 학력 소지자면 누구나(연령 제한은 있음) 참여할 수 있는데 기본교육과 보수교육, 자체교육 등을 거쳐 교육감이 지정해준 학교에서 학생상담활동을 담당하게 된다.
 



`무보수-자발성-공익성' 20년 역사
 
전국에서 약 1만 2,000여명이 평균 주 2∼3회 벌이는 상담활동에는 우리의 가슴을 적시는 사연도 적지 않다. 인천광역시교육청 박숙근 학생상담봉사자는 20년 동안 수많은 학생들을 만나 상담활동을 한 소감을 이렇게 밝힌다.

학생상담 자원봉사 20주년 기념 연찬회에서 참석자들은 집단 상담 워크숍, 상담기법 특강을 통해 서로의 성공담, 실패담을 주고받으며 상담전문가로서의 보람과 긍지를 다졌다. 이날 행사에는 전국 1만2,000명의 자원봉사자를 대표해 350명이 참가했다.

“학생상담자원봉사자로서 특별한 보수나 화려한 조명, 높은 직위는 받지는 못했지만 바른 인성을 갖춘 아름다운 사람을 만드는 일을 위해 노력 했기에 그 어느 누구도 부럽지 않습니다. 이제, 살아온 길보다는 살아갈 날이 적겠지만,
내 삶을 돌이켜볼 때 학생상담자원봉사자의 길을 선택한 것이 내 인생에서 가장 훌륭한 선택이라고 생각하며, 그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아이들이 있기에 나 자신, 하나의 촛불이 되어 꺼지는 그날까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을 만드는 예술가의 길인 학생상담자원봉사자의 길을 꾸준히 가려고 합니다.”
 



“내 인생에서 가장 훌륭한 선택”
 
지난 20년의 보람과 긍지가 흠씬 묻어나는 대목이다. 그녀의 상담 사례를 한 토막 소개하자면….

〈전략〉

“학교현장에서, 소년원에서, 보육원에서 만났던 소위 문제아라고 불리는 청소년들을 마음깊이 만나보면 일반 학생들과 많이 다르지 않은, 오히려 마음이 더 여리고 더 정이 많고,
더 의리가 있는 속마음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단지 주변 환경과 가정환경이 그들을 방황하게 할 수 밖에 없었음을 알게 될 때는 안타깝기 그지없었습니다.

검찰청에서 청소년 범죄 피의자, 가정폭력 피의자들을 상담하면서 얻은 결론은 가정이 불안정할 때, 특히 정서적 심리적으로 불안정할 때 청소년들이 방황하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중략〉

제가 20여 년간 학교에서 수 만 명의 학생들을 만났지만 마음에 남아 가끔 그려지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나는 늘 남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썽만 부리고 무엇이든 자신이 없어 뒤에만 숨었었는데 심성수련을 받고 자신을 알게 되었고 진짜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어 손을 들어 발표도 하며 별처럼 반짝이는 기쁨으로 생활 한다”
는 아이,
“내가 제일 잘난 줄 알고 나보다 못한 아이들을 마음으로 무시 했었는데 오늘 친구들을 보니 자신이 얼마나 부끄러운 사람인지 깨달았다”는 아이,
“나를 자주 때리는 아빠가 죽이고 싶도록 밉지만 나를 감싸주는 엄마의 사랑 때문에 흐트러질 수 없다”는 아이, “오늘의 심성수련이 길에서 100억 원짜리 수표를 주운 것 보다 기쁘다”는 아이 등 하나하나가 귀한 아들딸이었습니다…”
 



“17세 그녀에게 세상은 너무나 무거운 짐”
 
충북의 김명숙 학생상담자원봉시사자는 어려운 가정환경으로 인해 어려서 집을 나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갖은 고통을 겪고 있던 학생에게 서로 마음을 열고 이야기할 수 있는 상대가 되어 주었다. 사춘기의 호기심에 자칫 일탈하기 쉬운 학생에게 자상한 성 상담을 펼침은 물론 휴대폰 문자메시지 대화까지 동원하면서 밝은 심성을 잃지 않도록 보살폈다.
 
결국, 그 학생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 낮에는 직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건실한 학생으로 변화되었다.

〈전략〉

“그녀는 가정형편이 더욱 어려워지자 중학교 2학년 초에 공부보다는 동생들 뒷바라지하고 나서 검정고시 보면 되겠다고 생각해서 아르바이트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인터넷과 지방 정보지를 통해서 ○○지역에 있는 주유소에 취직하였단다. 그 나이에 그녀가 취직하기란 우리 사회에서는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다.

못된 어른들이 이 어린 친구를 어떤 식으로 이용했을지 그림이 한 순간에 그려졌다. 이야기를 하는 동안 그녀는 나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허공을 보거나 고개를 숙이고 말을 하면서 연실 담배를 입에 물고 무엇인가 불안하듯이 말도 하다가
“내가 어디까지 말했지?” 하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리기도 하면서 말을 이어갔다.

때로는 감정이 격해서 눈이 붉어지면서 눈물이 촉촉이 젖어들다가도 헛웃음을 웃기도 했다. 이런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인지 애써 눈을 감고 한동안 침묵이 흐르고 다시 이야기를 하다가 무엇인가를 깊이 생각하기도 한다.

말하는 동안 침을 바닥에 툭툭 뱉기도 하고 발을 흔들면서 “에이 씨∼” “에이 젠장 할∼” “아이 쪽 팔려∼” “아이 미치겠네”를 연발했다.
 
남자 친구도 사귄 적도 있었고 유부남에게 성폭력 당한 적도 있었으며 그로 인해서 두 번의 인공임신중절수술을 받은 아픈 경험이 있다고 했다.

그녀의 나이 이제 겨우 17세인데 세상은 그녀에게 너무나 무거운 짐을 안겨 주었던 것이다.

〈중략〉

음에는 서먹함을 벗어나기 위해서 내가 먼저 문자 메시지로 안부 인사를 일주일에 4∼5회 정도 보냈다. 그녀 역시 대부분 답장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 만나기로 하였고 시간이 지나가면서 차츰 우리들은 더 친근해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우린 한 번 두 번 만나는 횟수가 늘었으며 그 때마다 나는 그녀처럼 힘들고 고통을 지닌 사람들이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이야기해주기도 하면서 때로는 나의 아픔도 오픈하여 오히려 그녀에게 조언과 함께 힘찬 격려의 응원까지 받았다.

그녀는 점차 마음의 안정이 되면서 취직도 하였고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싶어 하였으며 준비과정도 그녀 스스로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결정하도록 하였고 나는 단지 정보만 알려주었다.
 
왜냐하면 상담은 동정이나 지시가 아니라 본인 스스로가 자기문제를 해결하고 극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중략〉

“내가 지닌 장점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심성프로그램을 응용하여 자신의 장점 20가지를 먼저 말하는 사람이 이기는 것으로 정하고 진 사람이 떡볶이를 사기로 하였다.
 
처음에는 장점이 없다고 하면서 머뭇거리던 그녀가 나중에는 신이 나서 눈빛이 초롱초롱해졌다. 내기에 이기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서로 하하 호호 웃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녀는 자기의 장점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며 쑥스러워 했다…”


〈전문 보기〉
 
대전의 김근희 학생상담자원봉시사자는 가족에 대한 불만과 한 순간 잘못된 생각으로 범죄인 줄도 모르고 금품갈취 등 일탈행동을 일삼는 학생을 대상으로 끈질긴 상담전을 펼쳤다.
 
결국 이 학생은 가족에 대한 불만이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이었는지, 그로 인한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큰 범죄였는가를 뒤늦게나마 깨닫고 바른 학생으로 자라나고 있다.


〈전문 보기〉



청소년과 함께 호흡하는 1만2,000 자원봉사자들
 
현재, 약 1만 2,00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전국의 초중고에서 청소년들과 같이 호흡하며 부모님의 손길만큼이나 따뜻한 사랑의 상담활동을 펼치고 있다. 20년 이상 활동해온 봉사자만도 24명에 이른다.

모인 전국의 학생상담자원봉사자 350명은 1박2일 동안 집단 상담 워크숍, 상담기법 특강을 통해 서로의 성공담, 실패담을 주고받으며 상담전문가로서의 보람과 긍지를 다졌다.

한 참석자는 말한다. “청소년 시절 한번의 잘못으로 평생을 후회하며 사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습니다. 우리 청소년들의 미래가 어긋나지 않도록, 우리들이 지역사회에서 열심히 보살피겠습니다”

무보수지만 자발적으로, 그리고 공익을 위해 실천하는 학생상담 자원봉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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